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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의 여성화가 이야기] 니키 드 생팔의 편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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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의 여성화가 이야기] 니키 드 생팔의 편지①

에 이어 



[문화매거진=강산 작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연기학원도 다니며 무언가를 해보려 노력했지만, 나는 곧 불안 증세를 겪게 되었어요. 세상은 나를 ‘나’로 보지 않았고 결혼한 여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굉장한 큰 무력감을 느꼈어요. 임신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 아버지에게 당했던 그 일...



생각할수록 내가 나를 지켜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렸고, 총과 칼들을 모았어요. 여러 차례 자살 시도도 했어요. 결국 나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지요. 거의 치료가 되어갈 무렵 아버지가 병원으로 편지를 보내왔어요. 그 편지를 읽지는 않았지만, 발신자 이름만으로 나는 발작을 일으켰어요. 하지만 의사는 아버지가 말도 안 되는 내용의 편지를 쓰고 있다며 내가 아버지로부터 겪었던 일을 부정했지요. 그때 알았어요. 세상은 내 말을 믿어주지 않겠구나.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구나. 목에 감겨있던 탯줄을 이겨냈던 것처럼 말이죠.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돌이나 잎사귀로 형상들을 만들었어요. 아름다운 것들이 아닌, 내 내면을 표현하는 것들을 만들었지요. 내 소망, 감정, 내 안의 모순들, 동경과 잊힌 기억들 말이에요.



젊었을 때는 모델로 일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지친 여성에 불과했지요. 그러다 둘째를 임신했어요. 예정보다 빨리 태어난 아이를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어요. 운이 좋게도 내게 손을 내밀며 도와주는 이웃들이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1956년 해리와 함께 간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예술작품 같았어요. 나도 언젠가는 이런 공원을 만들고 말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어요. 
▲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세워진 타로공원(1974-1988). 니키는 바르셀로나에서 보았던 건물들을 보고 20년 후 이와 같은 공원을 만들었다



배우로서 모델로서 갈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어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예술만이 의미 있는 것이었지요. 그림이든, 점토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요. 다른 사람들이 내 작품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어요. 저는 그저 이 작업이 즐거울 뿐이죠. 



그해 해리와 함께 조각의 대가인 콘스탄틴 브란쿠시를 만나기 위해 롱생 골목을 찾아갔어요. 하지만 콘스탄틴은 부재중이었어요. 콘스탄틴의 맞은편 작업장에서 한 남자가 커다란 쇠바퀴를 망치로 두드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그 남자는 망치질을 할 때마다 팔의 근육들이 꿈틀거렸지요. 



그 남자는 우리를 힐끗 보더니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망치를 한 번 더 두드리고 내려놓았어요. 해리와 나는 그에게 작업장을 둘러봐도 되는지 물어보았어요. 그는 그러라고 했어요. 그의 눈썹은 짙었고, 눈빛은 빛나고 있었어요.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는 장 킹겔리라고 했고, 폐품들로 예술 조각들을 만든다고 했어요. 
▲ Portrait_of_Jean_Tinguely,_1961



며칠 후 그를 찾아갔어요. 나의 작품 철 용접을 부탁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때 장의 아내, 에바 에이플리를 처음 보았어요. 그녀는 독립적인 성격으로 매우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조금 있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남성 한 명이 또 나왔어요. 장은 그를 이렇게 소개했어요. 



“내 아내의 애인이요.”



장은 내 작품에 대한 구상을 듣더니 너무 좋다고 칭찬했어요. 그리고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해 주었지요. 그러면서 그는 내 작품들을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어요. 



나의 작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필요했어요. 오로지 예술만을 위해 내 삶을 살고 싶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해리에게 이야기했지요. 



“한두 해 정도 떨어져 살아보면, 내게 예술적인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해리는 승낙했어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슬퍼 보였어요. 그가 가지 말라고 했다면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는 나를 막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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